생각의 물결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독서 후기 -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하는 사람에게, 오늘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소소혁신 2024. 5. 28. 21:49

 '마스다 미리'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아시나요? 저는 만화카페에 갔을 때 꽂혀있던 짧은 웹툰으로 마스다 미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단순한 그림체이지만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소중하고 따뜻하게 포착해서 많은 국내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오늘은 현재 50대인 마스다 미리가 20대일 때 처음 도쿄로 상경해서 느꼈던 감정들과 도쿄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들이 그려져있는 책,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를 리뷰해보겠습니다.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독립

  마스다 미리는 20대 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상경했다고 합니다. 꿈에 부풀어 상경했던 마스다 미리를 기다리는 것은 방을 구하는 그녀를 손님으로 받지 않는 부동산 사장님들이었지요. 그렇지만 한 부동산 사장님을 통해서 머물 집을 구하고, 도쿄에서의 일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나의 삶을 직접 꾸려가야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로망이었던 기숙사 생활은 저의 생체 리듬을 고려하지 않은 시간표와 가족들과 떨어져있다는 외로움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 '자취'나 '독립'은 꿈도 꾸지 않고 살아왔지요. 밤에 혼자 있기 무서워하는 쫄보인지라 자의적인 '비혼'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살게 되었으니 저 혼자 삶을 꾸려나간 것은 시험 때문에 잠시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던 딱 5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저였기에 마스다 미리가 도쿄에 올라와서 방을 구하고, 물건을 사고, 일을 구하면서 본인의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세워가는 과정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낯선 곳에 그렇게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는 그녀는 어느덧 본가보다 본인의 집이 더욱 편안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결혼 후 남편이 출장을 가서 하루 엄마 집에서 자게 되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늘 편안하게만 느껴졌던 본가였지만  '이제 이 곳이 내 집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혼집에서 나에게 딱 맞게 사용하는 물건들이 없는 것도 물론이고, 더 이상 내가 잘 곳도 없고, 부모님과 나의 생활 루틴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독립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지금 내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마스다 미리의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의 구성은 조금 독특한데요. 책의 앞부분에는 그녀가 20대 때 도쿄에서 독립하면서 느꼈던 점들이 나오고, 중간 부분 부터는 50대인 마스다 미리가 코로나 시대에 혼자 사는 모습이 나오게 됩니다. 어느덧 과거의 사건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에 마주했던 마스크로 인한 일화들부터 부모님과의 이야기들, 친구들과의 이야기들이 이 같이 나옵니다.

 

  뭔가 특별하거나 엄청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닌데, 마스다 미리의 일상을 마주하다보면 괜시리 마음이 좋아집니다. 마음이 행복해지고 지금 내 삶에 감사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작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고, 귀여움을 찾아내고, 따스함을 찾아내는 그녀의 눈이 잠시 내게 덧입혀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씩 지쳐가는 오후에 읽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아직 내게 남아있는 하루의 시간들이 더없이 아름답고 따스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마스다 미리의 책들 중에서 아직 못 읽은 것이 있다면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차가움과 날선 모습들이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따스함을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당장 이 책을 읽을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마음에 와닿았던 몇 가지 문장들을 함께 공유해드리고 싶습니다.

▷ 라면을 다 먹고, 간식으로 달콤한 빵을 사고, 간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집으로 향했다. 좋은 날이다, 완벽하다, 하고 생각했다.

▷ "어른이 되면 혼자 카트를 밀면서 장을 보고 싶어." 이렇게 바랐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주는 중이다.

▷ 아빠, 지금까지 많이 바래다주고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

▷ 나는 지금 여기 한 명뿐이다.지구와 비슷한 별에 나와 쌍을 이루는 생물이 있다 해도 그건 내가 아니니까 나는 지구에 있는 이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editor's letter) 삶의 중심을 조금씩 옮겨가면서 내가 생활하는 장소가 더 편안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많이들 겪었겠지요.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든, 그곳에서 당신이 괜찮은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있기를.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은 분들

-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분들

-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한 사람들

- 삶이 무료하고 지쳐서 일상의 소중함을 잃은 분들

- 기분이 산뜻해지고 싶은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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